공황장애 약을 투약하기 시작하던 시기부터였을까? 30대 중반부터 후반으로 치닫는 최고의 통증 복합 시기에 정말이지 솔직히 의사선생님에게 말하지 못한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분명 눈을 감았는데 눈앞에 너무 다양한 사람 얼굴 같은 형상이 보이고,
분명 귀를 막았는데 내 몸속에 흘러다니는 피의 소리까지 다 들리는 듯했고,
분명 통증을 완화하는 약을 먹었는데 머리 속 망치를 두들기는 순간의 통증을 느끼곤 했죠.
이런 말을 하면 신경정신과의 진단명이 늘어날까 두려워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어요.
몸은 한시도 같은 자세로 앉기도, 눕기도, 서기도 어려울 정도로 갖은 통증이 달라붙어버린 상황이 되었어요. 디스크, 족저근막염, 섬유근육통이라 불리는 물리적 통증을 유발하는 병명부터 CPS까지, 내 몸의 모든 통증을 느끼는 모든 감각이 다 깨어 있던 시기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진단명 앞에 매우 스키니해서 지방과 근육이 극히 부족했던 신체 조건은 망각하고, 쌓여가는 진단명과 약물을 기반으로 통증을 이겨보려 했던, 통증이 없던 시절이 기억조차 나지 않던 일상이 가장 힘든 시기였죠. 시간이 지나 온몸의 정맥들까지 통증의 신호를 보내며, 다발성 정맥 손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통증은, 여전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어떠한 통증보다 가장 강하고 순간적이며 잠들 수 없는 통증이었다고 기록할 수 있어요. 어느 누구도 어떠한 통증이 어떠한 증상이라고 제게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제가 이곳저곳, 여기저기 너무 다채롭게 통증을 느끼는 단계에 이르자 받았던 CPS – Central Pain Syndrome (중추성 통증 증후군(Central Pain Syndrome)은 뇌, 뇌간, 척수 등 중추신경계의 손상이나 질병,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병성 통증 https://en.wikipedia.org/wiki/Central_pain_syndrome 발췌)을 진단받고 한동안 관련 약물을 통해 다발성 통증을 막아보려 했었어요. 하지만 그 약마저 혈관통은 뚫어내는 것을 경험하면서 CPS가 아닌 다른 증상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이었어요.
환자로서 의사분께 설명하기 참 어려웠어요.
매주 증상은 바뀌고, 그렇게 몇 년 동안 증상이 변화하면서 쌓이다 보니 내가 느끼는 통증을 정확히 전달하고 있는지조차 스스로 의문이었어요. 아마 공황장애 때부터 통증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내가 설명하기 어려운, 약물을 먹은 후의 반응, 그리고 내 몸 부위의 통증 등을 노트에 기록하며 병원을 방문할 때 보여드리곤 했어요. 이 방법은 10년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도 대학병원의 짧은 의사와의 인터뷰를 위해서 준비하는 저만의 기록법이긴 해요.
통증의 변화하는 부위, 약물을 먹고 반응이 나타나거나(두드러기,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난 후 DAILY 변화 등을 저는 저의 노트에 틈틈이 기록하여 의사선생님을 만나는 단 몇 분 안에 설명을 하곤 해요. 몸이 가장 극도로 예민하거나 지속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짧은 의사와의 만남에서 내가 겪는 고통이나 불편함을 정확히 설명하긴 참 어렵죠.
저는 의료진을 신뢰하고, 의료진을 만날 때 최대한 내가 겪은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려고 노력해요. 아이러니하게도 질병은 개인마다 증상도 상이하고, 질병을 치유해나가는 방법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어요.
좋은 의료진을 만나 나의 질병을 잘 설명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치료를 통해 나아가는 과정에는 ‘과연 내가 어떠한 상황인가’를 잘 설명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질병도 겪을수록 는다고, 저도 처음엔 그러지 못했어요. 디스크 수술을 하고 재활을 못 하고 병원을 전전할 때는 병원을 불신하기 급급했죠. 노력 없는 나의 식습관과 재활 운동에 대한 반성, 그리고 정확한 증상의 설명은 모두 누락한 채, 의사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곤 했죠.
‘누가 이랬더니 좋아졌다더라’라는 일명 썰은 저는 믿지 않아요.
‘이거도 한번 해봐, 저기도 한번 가봐’라는 주변의 추천도 저는 잘 듣지 않았어요. 그러기엔 너무 많은 질병이 있었고, 그 질병이 주는 복합적 통증은 저 말고는 아무도 느끼지 못했으니 더더욱 그랬죠.
대신 질병을 겪으면서 나 스스로 노력해보고, 기록해보고, 도전해보고, 나에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의료진과 최대한 많이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틈틈이 다양한 의료진들이 쓴 책을 통해 조금 더 이해하려 노력할 뿐이죠.

img) 2025.12.15~25일까지 급성 괴사성혈관염 기록일지. 응급실과 3개의 진료과를 위한 기록
의료진을 만나면, 짧은 시간안에 증상과 다른 병원에서의 치료과정을 같이 공유하는 도구가 되었죠.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는 결국 나 자신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어요.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한번 잘 따라가 보세요. 그리고 만약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 기록해보세요. 언젠가 그 기록이, 당신의 몸이 많은 신호를 주었다는 증거로 도움이 될 거예요. 단, 너무 예민해지진 말기. 이 부분이 저는 가장 어려웠어요. 허나 신기하게도 통증과 투약정보 그리고 투병의 과정을 기록하면서 내 스스로 몸을 깨닫고 아픈 나를 인정하게 돌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저보다 더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병과 슬기롭게 싸워가고 있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며.
![[30대] 의사선생님, 이것 좀 봐주세요.](https://blog.medisola.co.kr/wp-content/uploads/2026/07/image-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