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짓다. 몸은 무너지다.
10대 때 의사 선생님이 엄마와 제게 말했어요.
“아무래도 따님은 대학에 가거나 사회생활을 하기는 무리일 거예요.”
이 말이 아마도 제 20대를 더욱 삐딱하게 살아가게 한 씨앗이었던 것 같아요.
엄마의 따뜻한 밥과 보살핌을 받던 10대 시절이 끝나고, 저는 말 그대로 폭주기관차 같았어요. 어릴 때부터 심각하던 알레르기와 아토피는 이제 한계에 도달해, 눈 주변에서 고름이 흐르기 일쑤였죠.
건축과에 들어간 이후, 매일 밤샘 작업과 잦은 술자리, 그리고 다양한 재료들을 다루면서 내 몸의 면역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사실 그보다는 건축이 더 좋았어요. 밤새 얼굴이 따갑거나 몸이 가려운 것보다 건축에 몰입하는 게 더 좋았으니까요. 금속에도, 종이 가루에도, 먼지나 진드기, 심지어 나무 가루만 닿아도 피부는 불타듯 빨개지고 부어올랐지만, 그래도 밤새 스튜디오에서 모형을 만들며 보내는 시간이 더욱 값진 시간이었어요.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10대 시절 받은 경고를 무시한 채 폭주기관차가 되어 달리기 시작했죠. 잠은 기본으로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고, 술은 거의 매일 마셨어요. 그뿐이었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잘 먹지 않았다는 거예요. 초콜릿 하나와 김밥 한 줄이면 하루를 거뜬히 버틸 만큼 음식에는 관심조차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저는 대형 설계사무소에 들어간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쓰러지고 말았어요. 지나고 보면 그때 몸이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신호를 보냈는데, 그저 잠을 자지 않아서 그렇다고 가볍게 넘겨버렸던 것 같아요.
20대 중반에도 의사 선생님이 말했어요. “대체 뭘 해주길 바라죠? 몸이 제 기능을 하는 상태가 아닌데요. 하고 싶은 게 뭐예요?” 철없던 저는 “호주에 다시 가고 싶어요”라고 했고, 그 길로 유배 아닌 휴식을 취하러 20대의 1년을 멈추게 되었죠.
지금 돌이켜 보면, 몸은 정직하게 신호를 보내줬는데 저는 호주에서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그 신호를 또 잊어버리고, 결국 30대 중반까지 수많은 질환을 얻게 되었어요.
건축을 하던 시절, 저는 공간을 만드는 데 너무 정신이 팔려 먹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자는 것도 잊었어요. 1년을 쉬고 나서도 똑같이, 아니 그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매달려 먹지도 않고 술은 더 마시고, 잠은 여전히 최소한으로 줄인 채 밤샘을 즐겼어요.
건축이란 정교한 기초 위에 잘 짜인 설비, 구조 등 모든 시스템이 딱 맞아떨어질 때 좋은 공간이 완성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제 몸을 설계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부모님이 좋은 기초를 주셨는데, 저는 점점 스스로 그 기초를 무너뜨리기 시작했죠.

img : GPT 건축물과 몸은 참 비슷해요. 복잡 다다하고 돌봐야만한다는 사실!
아무리 좋은 건물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먼지를 닦아내지 않으면 쉽게 망가지기 마련이에요. 우리 몸도 건축물과 참 닮았어요. 좋은 유전자를 받고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기초가 튼튼하더라도, 돌보지 않으면 방치된 건물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건축하던 당시에는 전혀 몰랐어요.
여러분의 몸은 어떤가요? 혹시 방치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저는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던 제 몸을 돌보고 이해하는 데 지난 몇 년을 보냈어요. 감사하게도 다시 돌보기 시작하니, 방치된 방을 정리하듯 제 몸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물론 이해하는 데도, 그 변화를 느끼는 데도 무척 많은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분명한 건, 이해하려 하고 보살피려 한다면 반드시 변화가 온다는 거예요.
신기하게도 몸도 공간과 마찬가지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사실!
*깨진유리창의 법칙이란?
1982년 3월 범죄학자 제임스 Q. 윌슨과 조지 L. 켈. 링은’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https://ko.wikipedia.org/wiki/%EA%B9%A8%EC%A7%84_%EC%9C%A0%EB%A6%AC%EC%B0%BD_%EC%9D%B4%EB%A1%A0